인프런을 선택했던 이유 = 자신감이 없었던 이유

아이러니하게도 수습 3개월 간 내적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내가 깊은 고민에 빠진 가장 큰 요인은 내가 ‘인프런을 지원하고 선택했던 이유’와 ‘인프런에서 잘 해낼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가진 이유’가 같아서 였다.

처음 인프런 채용공고를 보고 찾아본 기업문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인프런 소개와 인프런이 찾는 동료, 채용공고에서 팀원에 대한 신뢰감과 자신감이 묻어났고, 팀원들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지원해주는 회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성장을 강조하는 회사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이상적인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고, ‘진짜일까?’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근데 실제 입사하고 보니 인프런은 ‘진짜’였다. 입사한지 두 달이 지나고 나서 받은 피드백에서 내 성장의 방향성을 고민한 진심이 느껴졌고, 나에게 좋은 방향과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해보라는 조언은 실로 많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근데 나는 성장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었고, 막연히 ‘성장=좋은 것’ 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더 오만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인프런에서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을까‘, ‘성장이 무엇일까’, ‘나는 어떠한 성장을 원할까’, ‘지금 성장을 하고 있나’ 등등…. 원래 생각이 많이 없는 단순한 성격인데 인프런에서 일하는 짧은 기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감을 잃었다……….

사실 아직도 내가 어떠한 성장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스스로 답변을 찾진 못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너무 ‘성장’에 집착하지 말고, ‘팀원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자’였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합리적이었고, 추진력이 강했으며 자기주장이 분명했다. 배울 점이 많았다. 그래서 여기부터 시작해보자고 결심했고, 팀원들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어떤 방식으로든, 무엇이 됐든 인프런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고, 함께하고 싶었다.

3개월 간의 목표달성율 30%

입사 첫 한달 동안 내 목표는 ‘회계 업무 80% 이상 이해’와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와 문화, 프로세스 파악’ 이었다.

음, 결론부터 말하면 실패였던 것 같다.

직접적으로 회계 업무를 담당해서 일한 적이 없어서 쑤가 아무리 잘 설명을 해줘도 모르는 용어나 개념이 많았다. 특히 정산업무는 한달 안에 파악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 지식공유자들에게 잘못된 정산액을 고지하고, 메일을 잘못 발송하는 엄청난 실수도 저질렀다. 이는 팀원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해 발생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컸던 것 같다. 업무이해도도 떨어졌고, 인프런 문화와 조직에 적응하지 못했다. 쉽게 팀원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변명을 살짝 하자면) 질문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분위기는 무언가를 물어보면 ‘그것도 몰라?’, ‘네가 알아서 해’ 라는 분위기가 강했고,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은 곧 내 약점이 되는 슬픈 조직이였다. 인프런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면에서 혹시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이전 회사에서의 불통했던 업무적 습관이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조직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건 100% 내 잘못이었다.

입사 두 달 째,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먼저 다가가야겠다’. 이후 팀원들에게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먼저 말하기 시작했고, 조금씩 커뮤니케이션이 되기 시작했다. 회계업무도 조금은 알 것 같았고, 20년도 1월 정산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물어보며 이해도를 높였다(두통과 맞바꾼 업무 이해도). 작은 업무도 소통하려고 나름 애썼다(내적으로 ‘물어봐도 될까’ 10번 넘게 갈등한 적도 많았다ㅠㅠ!).

입사 세 달 째, 해탈했다.

자잘자잘하게 여러 업무를 했지만 큰 존재감이나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잘해보려고 했던 것들이 무산되거나 잘 안 된 경우가 많았고, 팀원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무리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회사에서는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자신감을 많이 상실했고, ‘인프런과의 인연은 여기까지, 잘가요’ 라는 말이 나와도 ‘충분히 그럴 만큼 보여주지 못했다’라는 위로를 혼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하지만 결과가 안 좋아도 끝까지 맡은 일은 열심히 하고 책임감은 잃지 말자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보다는 업무의 내실을 다지자는 생각이 강했다.

이제서야 드는 생각

처음에는 현재 인프런에 필요한 것들 보다 나한테 필요한 것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핏이 안 맞았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씩 생각의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수습’ 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압박감에 모든 일에 힘이 들어갔던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팀에 큰 도움은 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럼에도 크고 작게 진행했던 프로젝트들이 조금이나마 팀원과 인프런에 좋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생각한다. 엄청난 존재감을 뿜뿜하는 그런 존재가 되기엔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없으면 아쉽고 불편할 정도의 존재감을 작게나마 뽐내며, 인프런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정돈된 내실을 가진 회사가 되고, 팀원 서로에게 가지는 신뢰감과 프라이드를 잃지 않도록 일조하는 것이 내 목표다.

THANKS TO

부족한 저에게 좋은 환경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대표님 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어이없는 질문에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신 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요!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CS계의 큰 획을 그으신 영원한 인프런의 CS요정 스뎅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신 점과 끝까지 CS매뉴얼의 체계를 확립하고 떠나신 책임감 정말 리스펙하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