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의 수습 기간이 끝나고 11월 12일, 인프런의 정직원이 되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보면 길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빠삐코라는 사람을 전부 파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일 수도 있다. 수습기간은 말 그대로 이 사람이 얼마나 업무에 잘 적응하고,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심사하고 평가하는 기간이다. 나 또한 수습 3개월간 내가 인프런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어떻게 업무에 녹일 수 있는지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평가는 나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될 수도 있고, 인프런에 대한 나의 평가일 수도 있다.

나: 회고하지 않았다.

입사하기 전에 결심을 하나 했었다. "회사에 들어가면 꼭 주 1회 정도는 회고를 작성해야지." 결심은 당연히(?) 5주 만에 깨지고 말았다. 이 결심을 지키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핑계를 대자면 첫 번째, 회사 내에서 주간 프리뷰 를 진행하고 있고, 두 번째, 개발 업데이트 소식 작성 업무를 맡게 되면서 이번 주와 지난주의 나를 이미 되돌아봤다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앞의 두 가지 회고 방식은 업무상의 회고이지, 조성륜이라는 사람의 회고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번 주부터 회고를 쓰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 노력해보겠다.

회사: 할 것이 정말 많은 회사

정말로 할 것이 많다. 일주일을 정말 알차게(?) 일한다. 입사 초반에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가 없다고 푸념하던 빠삐코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인다. 할 것이라는 말의 성격 자체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게 많은 주니어 개발자인 나에게 할 것이란 게임에 비유하면 퀘스트 (물론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는 퀘스트가 아니라는 점...) 같은 것이다. 게다가 어떤 업무를 할 때, 조언만이 있을 뿐, 나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규제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물론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 놓이면 조금 답답하긴 하지만 다양한 시도가 허락된 환경에서의 개발은 아이디어를 샘솟게 해준다. 게임에서는 퀘스트를 완료하면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 주어진 일을 마친 나에게는 성장이라는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 그래서 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찰나의 달콤함 일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이 달콤함에 만족하면서 지내고 있다.

개발: 내가 남긴 유산

3개월의 수습 기간 동안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고, 수많은 기능들이 사용자에게 제공되었다. 과연 나는 이 기간 동안 어떤 일을 했을까?

강좌목록 아코디언

인프런 첫 입사 후 주어졌던 미션이다. 인프런 내부 프론트엔드 코드는 함수형 기반 바닐라 자바스크립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코드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바닐라에서 함수들을 나누고 구조적으로 코드를 설계하는 것을 중점으로 기존에 리스트 형태의 강좌 목록을 아코디언 형태로 바꾸었다. 향후 이 코드를 사용하여 모바일 푸터작업도 진행하였다.

강좌 소개 플로팅바

강좌 소개 페이지의 우측 상단의 플로팅바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인프런은 일반 사용자 뿐만 아니라 지식 공유자, 그룹 회원, 어드민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각의 사용자나 권한마다 보여지는 view가 달라져야 한다는 조건과, 결제와 직접적인 연관성 때문에 조금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백엔드 부분에 hook 을 이용해서 결제관련 정보를 만들어서 내려주는 형식으로 개발했다.

인프런 비즈니스

인프런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참여하는 피쳐였다. 기존 B2B 기능의 진입 장벽을 낮추어 스타트업을 타겟으로 개발이 진행되었다. 정기 카드 결제같은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피쳐였지만 직접적인 결제 관련 코드를 손대진 않았다. 주로 인프런 비즈니스 신청 페이지나 관리 페이지에서 데이터를 핸들링하는 페이지 작업을 맡았다. 커다란 프로젝트가 기간에 맞추어 진행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메인 검색바 자동 완성

디자이너인 스댕과 함께 진행한 토이 프로젝트 규모의 태스크다. 주로 프론트엔드 개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백엔드 코드도 톺아볼 수 있었다. input 에 여러가지 이벤트를 붙이고, 각각의 이벤트마다 행동을 제어하는 방식을 사용하였다. 바닐라 자바스크립트에서 중앙에 있는 데이터의 변화를 여러 엘리먼트에서 감지해야 되는 코드를 신경써야 했다. 자잘한 버그가 존재하긴 하지만 좀 더 개선해 나가야 하는 태스크였다.

인프런의 사용자이면서 개발자인 나는 내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직접 개선할 수 있다. 개발자로서 점점 개선되어 가는 서비스를 보는 기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미래에 유산을 남기는 일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