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길게 쓰면 쓸수록 스스로를 속이기 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왕 쓰는 거 명료하게 쓰고 싶은데, 좀처럼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써내려가자니 영 탐탁잖았다. 정리를 하라고 회고를 쓰는 건데, 오히려 더 정리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아무튼 유쾌한 회고와는 거리가 멀다는 말을 먼저 드리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의 업무: 인프런을 이해하는 시간

입사 후 인프런에 대한 내 첫인상은 참 바쁜 회사였다. (다른 분들 회고에도 빠지지 않는 코멘트가 아닐까...) 매일 새로운 강의가 들어오고, 그에 맞춰 새로운 콘텐츠를 내보내야 한다.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이니만큼 그 성장 속도에 내가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매일 일정한 루틴을 소화하는 한편 지금까지 4년 넘게 누적돼 온 것들을 빠르게 익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수습 기간 동안 주어진 업무의 대다수가 (감사하게도) 그런 점에서 상당히 도움이 됐고... 이제 앞으로의 일을 잘 하는 것만 남았다.

파이썬 오리지널 중급 소개페이지 초기 세팅 & 로드맵 리뉴얼

사실 입사한 지 이틀째 파이썬 오리지널 중급 강의 세팅을 하게 됐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인프런의 이름을 달고 공개될 강의이니만큼 부담감이 컸고, 발등에 불 떨어진 채 챌린지하듯 업무를 진행했다. 로드맵도 마찬가지였다. 리드와 훅으로 심리적 허들을 낮추고, 모바일 환경에 맞춰 이미지 중심으로 작업하자는 의견이 모아지면서 강의 묶음마다 어울리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재구성하기 위해 강의 수강평을 살피고, 개발자 블로그나 IT 관련 커뮤니티 및 뉴스 구글링을 계속했다.

결과적으로는 한 달 반 정도 진행했던 이 작업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IT/프로그래밍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서당개 풍월 읊듯 기존에 어떤 강의와 콘텐츠가 누적돼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지식공유자들이 직접 로드맵 개선을 요청하거나, 마케팅팀에서 광고를 집행하면서 로드맵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추후 최근 진행했던 프론트엔드 기획전처럼 특정 테마의 포스팅이나 기획전을 새롭게 구성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싶다.

강의 썸네일 & 광고 이미지 & 지식공유자 안내서 PDF 편집

광고나 홍보, 브랜딩에 쓰이는 이미지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필요한 만큼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인프랩처럼 한 사람이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비교적 중요도가 낮거나, 힘을 빼고 디자인할 수 있는 이미지 작업에 대해서는 서브로 맡아 작업하게 됐다. 디자인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작업 속도나 퀄리티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늘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 부분은 인프런의 기존 작업이나 동종/경쟁사의 디자인 이미지를 보면서 레퍼런스를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규 강의 세팅 및 오픈(IT/프로그래밍, 아이티고 등)

입사 전 인프런의 강의 소개페이지를 보면 강의의 특징이 눈에 띄지 않는 소개글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오픈 플랫폼이고 지식을 공유한다는 모토와 컨셉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담백하고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특정 분야의 학습을 갓 시작하는 신규 이용자 유입에 있어서는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최대한 입문, 초급 강의는 이미지를 좀 더 추가하거나, 제출된 소개글을 쉬운 문장으로 풀어서 쓰는 등 유저 후킹에 좀더 신경을 써서 작업하고 있다.

고민이 되는 것은 스케줄 및 업무 루틴 조절의 문제다. 신규 강의가 비교적 적은 주간에는 생활코딩, 아이티고 등 다른 강의를 오픈하거나 로드맵 작업 등 다른 작업에도 힘을 들일 수 있지만 여러 개의 강의가 쌓여있을 때는 그럴 수가 없다. 어쨌든 강의 오픈을 최우선에 두고 작업해야 하는데 시간에 쫓기다 보면 실제로 다른 업무를 소화하는 데 무리가 따르기도 했다. 당분간은 지금 체제로 업무가 진행될 예정이니... 해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영상 인터뷰

직접 지식공유자를 가까이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콘텐츠를 구성하는 작업은 처음이었다. 여성의 날 기획전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이다보니 전반적인 구성, 인터뷰 질문, 편집 방향까지 옥돌의 리드하에 보조를 맡았는데, 장비 미숙으로 자잘한 실수도 벌어졌고 원래 예상했던 구성에서 바뀐 부분도 많았다. 추후 혼자서 작업을 커버할 수 있도록 간소하게라도 지속적으로 영상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는 중이다.

그밖에

네이버 블로그 포스팅, 인프런 페이지("인프런 이야기") 편집, 파이썬 오리지널 중급 자막 녹취, 프론트엔드 기획전 페이지 편집 등등... 자잘한 일들을 서브로 맡았다.

제 몫을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수습 기간 내내 타의적으로 중도하차(…)하게 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를 늘 걱정했었다. 아마도 자기확신이 부족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첫 직장인 인프랩에 들어와서 제일 크게 느꼈던 건 내가 스스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내 예상보다 나는